‘성장 없는 고용’ 떠안은 한국기업


김창덕기자


입력 2015-11-10 03:00:00 수정 2015-11-10 03:14:13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
임직원 증가율 5년간 28%로 최고… 삼성전자, 매출 줄어도 채용 늘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2009년 139조 원에서 2013년 228조7000억 원으로 64.5%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 회사 임직원 수는 8만5085명에서 9만5794명으로 1만709명(12.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206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조5000억 원(9.8%)이나 줄었지만 임직원 수는 9만9382명으로 3588명(3.7%) 더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들이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채용 인원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등 5개국의 시가총액 50위 기업들을 비교한 결과에서 한국 기업들의 2009년 대비 2014년 평균 임직원 수 증가율이 28.0%로 가장 높게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2010년 GS마트 인수 등을 통해 2009년 9081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에는 2만7880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5만5984명→6만4956명)와 LG디스플레이(2만3854명→3만2434명) 등도 8500∼9000명이나 임직원 수를 늘렸다.

문제는 국가 전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업별 이익률도 급감하는 가운데 몸집만 커졌다는 데 있다.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던 일본 도요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끝에 최근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세계 1위 완성차업체로서의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위기도 결국은 인력을 줄이지 못하니까 이들에게 할 일을 주기 위해 저가 수주를 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과다 선적을 한 배는 오래 항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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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니히 “인더스트리 4.0, 세계경제 흐름 바꿀 것, 생산성 30% 올리고 비용은 年2.6% 감소”


김창덕기자


입력 2015-11-10 03:00:00 수정 2015-11-10 03:14:29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
마흐니히 獨경제에너지차관 訪韓강연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독일 전체 생산성은 최대 30%까지 향상될 겁니다. 또 비용은 연간 2.6%씩 감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티아스 마흐니히 독일 경제에너지부 차관(사진)은 독일이 추진 중인 인더스트리 4.0 정책의 효과를 이렇게 자신했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가진 조찬강연에서였다.

마흐니히 차관은 “산업혁명 4.0은 한마디로 정보기술(IT)과 생산기술을 합치는 것”이라며 “연결된 모든 사람과 기계가 직접 소통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전제했다.

마흐니히 차관은 연결 대상은 단순히 생산라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콘셉트 협의, 상품 개발, 경영 관리, 심지어 재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마흐니히 차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기는 30억 개 수준이지만 7년 후에는 250억 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개방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개인 간, 기업 간, 국가 간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데이터 보안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더스트리 4.0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들도 손쉽게 데이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혁신이 전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마흐니히 차관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 일부 직업이나 직무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도 있다”며 “10, 20년 뒤에는 세계 경제를 바꿀 트렌드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데 공감한다면 기업과 노조는 지금부터라도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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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공장 ‘디지털 혁신’… 10년간 310조원 부가가치 기대


김창덕기자


입력 2015-11-10 03:00:00 수정 2015-11-10 04:01:40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

‘스마트공장’으로 변신 9월 10일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에서 데틀레프 췰케 박사가 인더스트리 4.0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독일 리탈은 최근 하이거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완전 자동화해 납품시간을 대폭 줄였다. 리탈은 생산라인 자동화에도 투자하는 등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카이저슬라우테른=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리탈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쯤 달려 도착한 중소도시 헤르본. 이곳에는 산업용 장비 전문기업 리탈의 본사가 있다. 연간 매출액이 30억 유로(약 3조7200억 원) 수준인 중견기업이지만 최근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다. 독일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인더스트리 4.0’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9월 11일 리탈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우베 샤르프 리탈 생산관리담당 부사장은 “3, 4년 전부터 독일 내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이슈가 커져 리탈이 납품할 제품도 훨씬 많아졌다”며 “자동차업체들도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면서 모두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앞다퉈 자동화 추진하는 독일 기업들


인더스트리 4.0은 2011년 4월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독일 정부 관계자들이 처음 언급한 후 이듬해 10월 독일 정부의 ‘하이테크 전략 2020’에 편입됐다. 정책 목표는 정보기술(IT) 접목을 통한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다. 하나의 공장으로 좁혀 보면 주문, 생산, 판매, 운송 등에 관여하는 모든 장비에 스마트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가장 빠른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향후 10년간 2500억 유로(약 310조 원)의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IT 최고정책회의에서 100개 성공 사례를 1차 성과물로 발표할 예정이다.

리탈은 산업용 인클로저(외부 골격)뿐만 아니라 배전, 전자장치, 시스템 냉각제어, IT 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사들에 납품하고 있다.

리탈은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 IT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IT 엔지니어는 100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1만1000명)의 약 9%에 이른다. 최근 3년 사이 300∼400명을 충원한 결과다.

소프트웨어(SW) 회사도 아예 2곳이나 인수합병(M&A)했다.

샤르프 부사장은 “정부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발표하기 전 리탈은 이미 디지털화를 대비한 투자를 해 왔다”며 “그 결과 연간 매출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 이슈는 리탈 스스로에도 중요한 과제다. 이 회사는 1400만 유로(약 174억 원)를 투입해 하이거 인근의 물류창고를 완전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독일 어느 지역이라도 24시간 내 납품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어 리탈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할 물류센터 후보지도 물색하고 있다.

세계 ‘톱3’ 자동차부품기업인 독일 콘티넨탈 역시 인더스트리 4.0을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독일 미국 중국 3개국에 ‘코봇(사람을 돕는 협력적 로봇)공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전 세계 27개 생산라인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또 공장별로 매월 약 1테라바이트(TB·1TB는 1조 바이트)의 미가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분석 결과는 생산라인 효율화에 활용할 수 있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향후에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면 자동적으로 미래를 위한 최적화된 결정이 내려져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자동차 핵심 부품인 연료분사 장치 제작 과정에는 이러한 인더스트리 4.0의 개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궁극적 목표는 비단 한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자동화가 아니다.

독일 서부의 대학 도시 카이저슬라우테른에 자리 잡은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는 데이터를 통한 통합과 연결을 기업 간, 나아가 산업 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 책임자인 데틀레프 췰케 DFKI 박사는 “제조업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 간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단언했다. 독일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품을 만든 뒤 그것을 모두 연결해 하나의 장비를 만들어 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한 회사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의 39개 회원사 중에는 지멘스, 바스프, 보쉬, 콘티넨탈 등 독일 제조업체와 SAP, IBM 등 글로벌 SW업체가 두루 포진해 있다. 중국 화웨이도 최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들어 독일 하르팅 등 17개사는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에서 나온 다양한 연구 성과를 실제 생산라인에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췰케 박사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혁신을 통해 독일 내 모든 공장이 해외 생산라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며 “그래야 일자리를 해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 팩토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기업 생존의 조건”이라며 “다만 기계들 간 효율적인 연결을 추구하는 것이지 인간의 역할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인터스트리 4.0

전 생산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제조업을 혁신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언급된 후 점차 구제화되고 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헤르본·카이저슬라우테른=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금융위기후 6년… 각국 50대기업 경영실적 회복실태 현장 점검


김창덕 기자 , 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5-11-10 03:00:00 수정 2015-11-10 08:11:10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韓 영업이익 11% 늘때 美日獨印은 50%이상↑
매출도 한국 21% ‘기는 회복’ 할 때… 4개국 기업은 36∼103% ‘뛰는 성장’
고부가산업 육성과 규제개혁 효과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만난 조지프 세구라콘 씨는 고객 주문을 받아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를 최근 시작했다. 작업 도구를 공유하는 테크숍에 회원으로 가입해 ‘시설투자비 제로(0)’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종업원이 없으니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손쉽게 창업할 수 있기에 실리콘밸리에는 미국 안팎에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4년간 매년 평균 15%씩 뛰었을 정도다. 애플, 구글 등 초대형 혁신 기업이 성장을 이끌고, 세구라콘 씨처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1인 기업들이 아래를 받치면서 미국 경제는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타이밍을 저울질할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한국 상황은 정반대다. 수출이 감소하고 소비가 부진할 뿐 아니라 돈을 벌어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를 저성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동아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등 5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2009∼2014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50대 기업의 매출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보다 21.3% 느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36.5%) 일본(51.5%) 독일(42.9%) 인도(103.3%)의 매출액 성장은 한국보다 최소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영업이익 격차는 더 컸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09년에 비해 11.6% 늘었지만 나머지 국가는 2009년보다 최소 50% 이상 급증했다. 다만 한국 50대 기업은 지난해 종업원 수를 2009년보다 28%나 늘려 5개국 중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어려운 가운데에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성장 없는 고용’이 된 셈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취약한 첨단지식 산업 구조,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 기업은 성장이 주춤했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규제 철폐로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기업 성장이 두드러진 독일 일본 미국 인도의 산업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새너제이=박형준 love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헤르본=김창덕 기자


기술집약 기업, 한국은 9개뿐… ‘알짜 장사’에서 밀린다


박형준 기자


입력 2015-11-10 03:00:00 수정 2015-11-10 08:25:38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한국기업 ‘저성장의 늪’ 왜?



시계를 7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등 초대형 미국 독립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미국발(發) 재난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한국 주가와 원화 가치는 폭락했고 그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로 추락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대규모 재정지원과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며 생존을 위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현재 성적표는 엇갈린다.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주요국 기업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힘차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왜일까.


○ ‘기술 집약’과 ‘중후장대’의 대결

한국 대표 기업은 특히 영업이익 성장이 더디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대해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과 신흥국(인도)으로 나눠 이유를 찾아야 한다”며 “선진국은 기술집약 기업 비율이 높다는 점, 신흥국은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했다는 점이 높은 영업이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제약, 미디어, 금융 등 4대 기술집약 기업들은 전 세계 기업 매출의 22%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46%를 차지한다. 조금 팔아 많이 벌 수 있는 ‘알짜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기술집약 기업들의 비율이 높지만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후장대’한 기업이 많다. 실제 한국의 50대 기업 중 4대 기술집약 기업은 삼성SDS, SK텔레콤 등 9개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22개, 일본과 독일은 각각 12개였다.

누가 게임의 ‘판’을 만들어 가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했고,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는 개인의 빈방을 판매하는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 이미 판이 짜인 상황에서 후발로 참여해봐야 누릴 수 있는 과실은 크지 않다. 장 위원은 “미국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때 한국은 플랫폼 위에 올려놓는 반도체 부품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플랫폼을 주도하는 게 훨씬 수익이 높다”고 지적했다.


○ 모래주머니 달고 뛰는 한국 기업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유병규 지원단장은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너무 높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의 노동비용은 일본,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의 다른 분야도 노동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기업 종업원 1인당 평균 임금은 9234만 원으로 일본 도요타(8351만 원), 독일 폴크스바겐(9062만 원)보다 높았다. 반면 1인당 매출 규모는 한국은 7억4706만 원인 데 반해 도요타는 15억9440만 원, 폴크스바겐은 8억5712만 원이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올해 9월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 “최근 5년간 인건비 상승률이 5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미국 GM 이사회에 가서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고 건의할 수가 있겠나”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각종 정부 규제도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노동시장 규제는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한국 제조기업의 성장성을 떨어뜨린다”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를 없애는 정부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반대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기업이 성장한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기업의 매출액 증가는 2012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과 비슷했지만 2013년부터 급격히 뛴다. 그 시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본격적으로 ‘아베노믹스’를 펼치기 시작한 때와 같다. 아베 정부는 시장에 돈을 풀어 엔화 약세 유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한 사업재편 지원, 각종 규제 철폐를 이끌었다.


○ 해법은 장기적 체질 개선과 지식산업 투자

LG경제연구원 이한득 경제연구부문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한계기업들을 신속하게 구조조정해 부실이 전염되지 않게끔 하고, 중장기적으로 내수시장을 확충해 수출 부진에 휘둘리지 않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이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금융권이 부실해지고, 이는 실물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일본 독일 기업의 선전에는 ‘정책의 성공’도 큰 역할을 했다”며 “정부가 나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기술집약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지식기반자본(KBC)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석인 위원은 “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고수익을 올린 것에는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를 많이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며 “특히 연구개발(R&D), 데이터, 소프트웨어, 경영 노하우 등 KBC에 활발한 투자를 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업 전망 보이면 ‘규제 열외’… 日 2015년 설비투자 24% ↑


황태호 기자


입력 2015-11-11 03:00:00 수정 2015-11-11 03:08:09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2>부활하는 제조업 강국 일본

53년 만에 다시 선보인 ‘일본산 항공기’이달 첫 비행을 앞둔 일본 미쓰비시항공기의 중형 여객기(100인승 이하) ‘MRJ’가 공장에서 제작되는 모습. MRJ는 1962년 첫 비행을 한 ‘YS11’ 이후 53년 만에 일본 기업이 제작한 항공기다. 미쓰비시항공기 제공

 

일본 중공업계는 요즘 ‘빅 이벤트’를 앞두고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달 나고야에서 열리는 미쓰비시항공기의 완성기 ‘MRJ(Mitsubishi Regional Jet)’의 첫 비행 행사다. 지난해 10월 완성품으로 공개된 MRJ는 78석, 92석 두 종류의 중형 항공기(100인승 이하)로 ‘일본의 실지(失地) 회복 프로젝트’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처럼 단순한 산업적 이벤트 이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9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후쿠하라 유고(福原裕悟) 미쓰비시항공기 영업부장은 “MRJ는 미쓰비시그룹만이 아닌, 일본의 ‘국가 프로그램’으로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MRJ의 총개발비 1800억 엔(약 1조7000억 원) 중 500억 엔을 지원했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통해 기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험장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도요타가 10%의 미쓰비시항공기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등 협업에 나섰다.

MRJ는 미군정의 항공기 제조활동 해금(解禁) 조치로 제작된 일본 최초 민간여객기 ‘YS11’의 1962년 첫 비행 이후 무려 반세기 만에 나온 자국산 비행기다.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 부활하고 있는 일본 제조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 기반에는 2012년 출범한 현 정부의 ‘아베노믹스’가 있다.

○ ‘소비 확대-투자 증가-수익 개선’ 선순환 구조

아베노믹스는 크게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신성장전략, 통화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로 구성됐다. 신성장전략에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사업 재편 지원,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포함된다. 또 통화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 효과를 이끌어내 수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두 차례에 걸친 15조5000억 엔(약 145조7000억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소비 확대를 이끌면서 이를 다시 기업 수익 확대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기업들은 화려한 실적으로 정책의 효과를 입증했다. 현지 분석가들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한국의 유가증권시장 격)에 상장된 기업들의 매출과 순이익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간판 화학 기업인 도레이는 아베노믹스의 이러한 선순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99년 창사 이래 첫 적자에 빠지기도 했던 도레이는 자사 2015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처음으로 매출 2조 엔을 넘겼다. 2016회계연도 상반기(2015년 4∼9월)에는 매출 1조286억 엔, 영업이익 751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46.4% 상승한 실적을 내면서 또 한 번의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지난해 말 미국 보잉사와 1조3000억 엔(약 12조2200억 원) 규모의 탄소섬유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화려한 부활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렇게 도레이가 부활할 기반을 마련해 준 곳은 따로 있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다. 2003년 도레이가 유니클로와 함께 개발한 특수소재 의류 ‘히트텍’은 경기 부양 정책으로 살아난 내수시장과 엔저 효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탄소섬유 기술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쓰무라 도시키(松村俊紀) 도레이 홍보과장은 “도레이는 미래 시장을 보고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를 해 기술력을 쌓았다”며 “아베노믹스로 인한 효과와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잃어버린 20년 다시는 겪지 않겠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장기 침체를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설비 투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호황일 때 투자를 대폭 늘려 경쟁력을 강화해 놓겠다는 것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일본 제조기업들의 올해 전년 대비 설비 투자 증가율(연말 계획치 포함)은 1995년 이후 최대인 24.2%에 이른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8.4∼3.7%에 머물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니다. 미쓰비시항공기는 1800억 엔을 들여 나고야에 비행기 생산공장을 새로 짓고, 도레이도 1000억 엔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새로 세운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도 그 일환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R&D 투자 규모 설문에 응답한 기업 328개사 중 268곳이 지난해 계획한 R&D 투자 금액보다 약 4.7%를 늘리기로 했다. 또 111곳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법(원샷법) 개정과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가 2014년 1월 만든 원샷법에는 기업의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 각종 방안이 담겼다. 특정 기업의 사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완화해주는 ‘기업실증특례’, 명확한 규제가 없는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빠르게 결론 내리는 ‘그레이존(grey zone) 해소’ 제도 등 다양하다. 가와구치 야스히로(川口恭弘) 일본 도시샤대 법학부 교수는 “일본 원샷법은 정부가 하나가 돼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 모든 규제 5년마다 재검토 의무화… 시간선택제 도입해 여성인력 활용 ▼

日정책 초점은 ‘기업 활력 유지’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은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금처럼 정권의 리더십이 강력하고 경기가 호황일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규제 리뷰(review)’ 제도다. 이 제도로 내각부가 정부의 모든 규제를 5년마다 한 번씩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변화한 흐름에 비해 낡은 규제는 가차 없이 철폐해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각부 규제개혁추진실 관계자는 “규제는 각 부처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만들지만, 자신이 만든 규제를 스스로 없애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범정부적 기구에서 규제를 정기적·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를 위한 노동개혁에도 나섰다. 일본 국립인구문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7682만 명에서 2030년에는 6773만 명으로 15년 후에는 1000만 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과 여성 노동력 활용 확대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해결책으로 아베 정부는 2013년 ‘한정정사원(限定正社員)’ 제도를 들고 나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단계 고용 방식이다. 고용 기간이 정해지지 않고 기업이 직접 고용한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유사하다. 하지만 근무 시간이나 근무 지역이 제한적이다. 기업은 특정 시간에 업무가 몰리거나 일정한 지역에서만 필요한 일자리에 맞게 사람을 뽑아 쓸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무지나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어 육아 등과 병행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고령화 때문에 불거질 수 있는 사회보장 재원 부족 문제에 대해선 의료·복지산업에 대한 큰 폭의 규제 완화로 대응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올해 6월 열린 규제개혁회의를 통해 ‘재생의료산업’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포 배양 및 처리 과정의 아웃소싱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확정했다. 또 일반의약품은 인터넷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치료에서 생활 지원까지 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도쿄=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공유-脫규제-경쟁의 힘… 실리콘밸리, 年6만 일자리 창출

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5-11-12 03:00:00 수정 2015-11-12 03:27:38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3>창의와 혁신 넘치는 미국

“창업 아이디어, 여기서 나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자리 잡은 ‘테크숍’에서 조지프 세구라콘 씨가 드론을 만들고 있다. 기계를 공유하는 테크숍 덕분에 그는 시설 투자비 없이 고객 주문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새너제이=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의 한 사무실. 이집트 출생 헤이텀 엘파딜 씨는 “검색 엔진이 아니라 앤서링 엔진(Answering Engine)으로 불러 달라. 인공 지능을 갖고 있어 이용자가 원하는 답만 노출시킨다”며 자신이 만든 인터넷 서비스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앤서링 엔진은 예를 들어 ‘현재 미국 대통령’이라고 검색하면 ‘버락 오바마’라는 정답 1개만 뜬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뉴스나 블로그가 수두룩하게 검색되던 기존 검색 엔진과 크게 다르다.

그는 이집트에서 대학을 졸업한 2009년에 형과 함께 앤서링 엔진 만들기에 도전했다. 2년 뒤 이집트에서 투자를 받아 직원 4명을 고용해 회사를 차렸다.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선택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실리콘밸리. 엘파딜 씨는 “2013년에 실리콘밸리로 왔는데 1년이 안 돼 두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로 온 것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엘파딜 씨와 같은 기업가들이 몰리면서 실리콘밸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해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속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약 5만8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 ‘공유’ 문화가 만드는 신세계

 


지난달 13일 새너제이 시내에 자리 잡은 ‘테크숍’ 문을 열자 10여 개의 대형 테이블이 보였다. 건물 외벽에는 기계공구, 전자기기 계측장비, 각종 절단기와 금형기기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월 회비 150달러(약 17만4000원·학생 95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모든 종류의 기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을 만들고 있던 조지프 세구라콘 씨는 “재료비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다. 사무실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뿌리 깊게 박힌 ‘공유’ 문화는 창업가들의 초창기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개인의 빈방이나 집 전체를 여행객에게 임대해주는 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지식 공유’도 실리콘밸리에선 일상화돼 있다. 라피 콜레트 테크숍 매니저는 “24시간 컨설턴트 2명이 상주한다. 하지만 더 나은 컨설턴트는 옆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동료들이다. 이용객들끼리 아무 거리낌 없이 묻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사업을 키우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팰로앨토에 사무실을 둔 벤처캐피털 ‘알티만’의 팀 윌슨 대표는 “실리콘밸리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충분한 시장 규모, 뛰어난 팀원, 남과 차별화되는 기술 등 3박자를 갖추면 투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전체 벤처투자액의 43%인 약 145억 달러(약 16조3560억 원)가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갔다.


○ “규제 들어본 적 없어요”

동영상 제작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주는 마켓플레이스 ‘비렉트(virect)’를 운영하고 있는 윤치형 대표는 올해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법인을 만들었다.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 씨는 “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어떤 규제도 느끼지 못했다. 미국은 기업 활동과 관련해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최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엘파딜 씨에게도 ‘미국에서 규제를 느꼈느냐’고 물었더니 “비자를 만들기 위해 1년이나 고생한 것 말고 사업과 관련한 규제는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공무원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인테로’의 제이슨 트레이너 이사는 “미국 공무원들은 감독자이기보다 세일즈맨에 가깝다. 자신의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 경쟁이 성공의 원동력

지난달 15일 오후 10시 50분 팰로앨토 버스정거장. 22번 버스가 도착하자 10여 명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 버스의 특징은 실리콘밸리의 양대 중심지인 새너제이와 팰로앨토를 24시간 오간다는 것이다. 시간은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걸린다. 버스비 2달러면 약 2시간 동안 가을밤의 싸늘함을 피해 쪽잠을 잘 수 있고, 4달러면 왕복 4시간에 걸쳐 한밤을 보낼 수 있다.
 
22번 버스를 호텔삼아 이용하는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꿈을 안고 왔다가 실패한 사람들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의 채희광 부관장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만 외부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95% 이상의 기업인이 실패한다. 같은 실패를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조금씩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알티만의 윌슨 대표도 “투자 대상 중 4.4%만 연간 매출액 4000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머지는 다 사라진다. 성공신화는 치열한 경쟁과 반복된 실패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마운틴뷰·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멘토 250명이 4개월간 창업 집중지도

박형준 기자

입력 2015-11-12 03:00:00 수정 2015-11-12 08:47:50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샌프란시스코 ‘500스타트업’
전세계서 창업 지원자들 모여… 2015년 1100팀 중 36팀만 뽑혀


문을 열자 남성 두 명이 탁구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오른쪽에 놓인 소파엔 한 남성이 누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500스타트업’을 방문했을 때 첫인상은 이랬다. 초창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메인홀을 벗어나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40여 개의 대형 테이블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창업가들이 앉아 토론하고 있었다.

이들은 올해 7월에 선발된 창업가들이다. 1100여 개 팀이 지원했는데 36개 팀만 선발됐다. 이들은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투자금 12만5000달러(약 1억4500만 원)를 받고, 4개월 동안 전문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투자가 약 400명 앞에서 자신의 사업을 발표한다. 즉석 투자 계약도 이뤄진다.

대형 유니콘 인형을 곁에 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한국계 애어리 유 씨(여)는 미국 시애틀 출신이다. 비싼 물건을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살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올해 5월에 선보였다. 그를 포함한 팀원 5명은 7월부터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해 500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케팅과 웹비즈니스에 대해 최고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500스타트업은 멘토 250명을 두고 있다. 그 멘토들도 옛날에 다른 멘토로부터 큰 도움을 받아 성공적인 기업가가 됐기에 무보수로 한 달에 5시간씩 500스타트업 사무실을 찾아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

임애린 500스타트업 이사는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에 대해 “특유의 기업하기 좋은 문화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일면식이 없어도 물어볼 수 있다. 투자금도 쉽게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은 고급 주택이나 비싼 옷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창업을 했느냐’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곳이 이 같은 문화를 갖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원클릭 인허가에 용지 반값… 인도 “外企투자 2주면 승인”

김지현 기자

입력 2015-11-13 03:00:00 수정 2015-11-13 03:47:00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4>규제 개혁으로 일어서는 인도

한국전용공단 2016년 입주2일(현지 시간)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 직원 허먼트 스와룹 씨가 인도 라자스탄 주 길로트 지구에 조성된 한국기업 전용 공단의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내년부터 이곳에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다.길로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2일(현지 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로 2시간 달려 라자스탄 주 길로트 지역에 들어서자 ‘한국 기업 전용 공단’을 알리는 초록색 초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100만 m²(약 30만 평) 규모의 이 공단은 이름 그대로 한국 기업들만 입주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라자스탄 주 산업개발투자공사(RIICO)는 2013년 3월 KOTRA와 협약을 맺고 터 조성 공사에 착수해 현재 송전탑 및 수도 공사 등 기초적인 공사가 완료됐다. 올해 3월부터 입주 신청 서류를 받기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입주한다.

○ 규제 철폐로 해외 기업 투자 봇물 터지듯

지난해 9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조업 혁신과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는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해외 기업들의 제조 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하자는 모디 총리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다.

전 세계를 돌며 “인도에 투자하라”고 홍보하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방정부마다 일사불란하게 각종 규제 개혁 정책을 내세우며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열 올리는 중이다. 조간신문마다 ‘우리 주에 투자하세요’라는 주 정부의 광고가 이어지고 있고 공무원들의 명함마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본떠 각 지역명을 붙인 ‘메이크 인 텔랑가나’, ‘메이크 인 카르나타카’ 등 홍보용 구호가 적혀 있었다.

라자스탄 주는 그중에서도 외국 정부와 협의해 해당 국가 기업 전용 공단 조성에 공들이는 전략을 짰다. 한국 전용 공단은 2007년 인근 님라나 지역에 조성된 일본 기업 전용 공단을 본떠 만든 것이다. RIICO는 2007년 일본과 손잡고 첫 해외 기업 전용 공단을 만들었다. 사실상 인도 내 첫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실험이었다. RIICO는 공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최대 50% 저렴한 임대료로 터를 제공하고 각종 세금 할인 혜택을 주는 파격적 당근 정책을 내놨다. 인도의 전력 및 수도 공급 상황이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 주정부가 나서서 자체 변전소와 가스·수도 시설 보장 등을 약속했다. 인도 특유의 복잡하고 많은 행정 서류 절차도 모두 간소화했다.

그 덕분에 올해로 입주 8년째를 맞는 일본 제1공단에는 이미 도요타와 다이킨 등 45개 업체가 입주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활성화된 공단 내에는 일본인들을 위한 일식당과 호텔, 상가 등도 들어서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이제까지 님라나에 투자한 금액은 7억 달러(약 8100억 원) 규모로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인근 인도 기업 전용 공단에 입주해 있는 인도 협력 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크게 올라갔다.


○ “누워만 있던 인도 이제 일어나 앉아”

지난해 기존 주에서 분리된 텔랑가나 주에서는 변화를 향한 규제 개혁 바람이 더 적극적으로 느껴졌다. 텔랑가나 주는 외국 기업들의 서류 제출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싱글 윈도 서비스’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여러 부처를 돌며 오랜 기간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한 부처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2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마니카 라즈 텔랑가나 주 산업통상부 차관보는 “인프라 확대와 용지 임차료 할인 등 각종 기업 친화 정책을 선언한 이후 주 수도인 하이데라바드를 중심으로 구글, 월마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250개 기업이 5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텔랑가나 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구글은 하이데라바드에 미국 외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인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며 2019년까지 1만3000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우버도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최대 규모의 캠퍼스를 이곳에 조성할 예정이고 이케아와 월마트도 인도 내 첫 투자처로 하이데라바드를 선택했다. 투자 기업이 늘면서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도 생겼다. 텔랑가나 주는 인구의 47.89%가 29세 이하로 인도에서도 가장 젊은 주로 꼽힌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도 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선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행정 절차를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쥐여 주지 않으면 일 처리가 진행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인도 크라이스대 경제학과 연규득 교수는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가 누워만 있다가 이제 막 일어나 앉은 단계”며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한번에 다 바뀌길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사실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규제 개혁 움직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독일 자동차부품 기업 보쉬의 기술훈련원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 로고가 그려진 기념품을 전달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인도는 전역에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벵갈루루=AP 뉴시스

▼ 外企천국 벵갈루루, 토종기업 요람으로 ▼

투자유치로 큰 ‘印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바이오 거점으로 변신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인도 남단의 벵갈루루는 중앙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펴기 한참 전부터 외국 기업에 문을 열었다. 구글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이곳에 밀집해 있으며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규제 개혁을 통한 외국 기업 투자의 선진 사례인 셈이다.

5일(현지 시간) 벵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 주 상업공업부에서 만난 라트나 프라브하 차관보는 “1980년대부터 지구별로 공대와 의대를 세워 고급 인력을 적극 육성했고 1990년대 주정부에서 세계화 정책을 진행하며 해외 기업들이 R&D센터를 세울 수 있는 특별도시를 별도로 조성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 조성된 벵갈루루 외곽의 ‘일렉트로닉 시티’에는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이고 인포시스 등 인도에서 성장한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테크 마힌드라의 에자줄라 칸 이사는 “벵갈루루는 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모두 영어로 하는 데다 좋은 의대와 공대가 밀집해 있어 양질의 IT 인력을 그 어느 지역보다 빨리 구할 수 있다”며 “채용 공고를 낸 바로 다음 날 기대 이상의 인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 입장에선 최고로 좋은 점”이라고 했다.
 
좋은 일자리가 많다 보니 벵갈루루의 평균 소득과 소비 수준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샤시드라 카르나타카 주 투자 유치 담당 공무원은 “엔지니어 초봉이 3만∼5만 루피(약 60만∼85만 원) 수준으로 타 지역 평균(2만 루피)의 1.5∼2.5배”라고 했다.

벵갈루루는 이제 한 단계 나아가 스타트업과 바이오산업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게 목표다. 프라브하 차관보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플립카트도 이 지역 토종 기업이고 인포시스와 위프로 등도 시작을 벵갈루루에서 했다”며 “스타트업과 더불어 바이오테크의 허브로 도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바이오 업체들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인도 최대 생명공학 업체인 바이오콘도 벵갈루루에 자리 잡고 있다.

길로트·하이데라바드·벵갈루루=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실적에 급급한 개혁… 수도권 규제 등 과감히 풀어라

김창덕 기자 , 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5-11-14 03:00:00 수정 2015-11-14 03:21:06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5>한국, 미래 성장을 위한 해법은


 

#1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사업 재편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경쟁력강화법 초안을 마련해 2013년 10월 15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리고 같은 날 국회로 법안을 넘겼다. 이 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을 잇달아 통과했다. 각의 결정 후 정확히 98일 되던 지난해 1월 20일에 시행됐다. 국회 논의 도중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다.


#2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7월 9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소위 ‘원샷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사업 재편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내용이 흡사하다. 법안은 공청회를 거쳐 현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부 의원들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여야는 안보 관련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경제 살리기 관련법에 대해선 합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경제 법안 처리에도 정치 논리와 반(反)기업 정서가 개입되면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최근 ‘기는 한국 경제, 뛰는 선진 경제’ 시리즈를 취재하며 선진 경제의 성장 비결이 한국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 말로만 하는 ‘규제개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규제개혁은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규제개혁은 국내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등록 규제 수는 2012년 1만4857개에서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2013년 1만5267개로 오히려 410개 늘어났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만4928개와 1만4608개로 줄어들었지만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줄이는 수만큼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행정규제기본법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안에 실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규제개혁 추진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며 “과감하게 규제를 줄일 뿐 아니라 ‘수도권 입지규제’ 같은 핵심적인 문제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실종된 ‘기업가정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할 정도로 경기가 호전된 데에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이 끊임없이 사업을 벌여 미국 경제 저변을 넓힌 영향이 컸다. 미국은 2015년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GEI)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GEI는 28위로 이병철 정주영 같은 국내 산업화 초창기 기업가들의 맥이 끊어졌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500스타트업’ 임애린 이사는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한 문화와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50여 년 전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인재에 투자해 우수한 인력을 공급한 데다 지식과 공구를 함께 사용하는 ‘공유 문화’가 발달해 창업가는 초창기 투자비 ‘제로(0)’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해 관용으로 포용하는 분위기도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알티만’의 팀 윌슨 대표는 “이력서에 실패 경력이 있으면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파악한다”며 “제대로 교훈을 얻은 창업가는 다음 사업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패 경력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제조업 혁신’ 후방산업까지 노려야

독일의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인 ‘인더스트리 4.0’은 자국(自國) 내 생산 공장들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생산라인 자동화에 관한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제조업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산업용 생산장비 전문업체 리탈과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SAP 같은 독일 회사들은 이미 ‘스마트공장’ 특수로 매출이 늘고 있다.
 
한국 역시 2020년까지 국내 스마트공장을 1만 개까지 확대하는 계획 등을 담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공장 자동화’에만 머물 경우 자칫 해외 장비 및 SW 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더스트리 4.0은 이미 국제 공동 프로젝트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야 미래 제조업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http://blog.daum.net/obk2030/1653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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